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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칼럼

갭(gap) 투자란? 그리고 그 영향은?

by The Deep Finance 2022.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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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gap) 투자'는 사실 투기다(참조). 그러니 갭 투기라고 해야 맞지만 '갭 투자'라는 표현이 고유명사처럼 굳어졌으니 본 글에서도 갭 투자라고 쓰도록 하겠다.

갭(gap) 이란?

영단어 gap은 '차이'라는 뜻이다. 갭 투자에서는 그 차이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이다. 매매가가 5억이고 전세가가 4억이라면 갭은 1억이다.

갭 투자란?

'갭 투자'는 갭을 지불하고 부동산을 매입하고 그 후에 매매가나 전세가가 상승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투기이다. 5억짜리 집도 갭 1억만 지불하면 살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집에 누군가가 이미 4억에 전세를 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갭1억만 지불하고 그 집을 사는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갭1억을 지불하고 4억의 채무까지 인수하는 것이다. 그 4억 전세계약이 1년 후에 끝난다면 그 시점에 세입자에게 4억을 지불할 의무도 갭 투자자가 지게 된다. 즉, 갭 투자자는 1억을 주고 5억짜리 집과 4억짜리 부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물론 전세 종료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매매로 차익을 볼 수도 있다. 6개월 후 집값이 5억 5천으로 뛰었다면 갭 투자자는 또 다른 갭 투자자에게 1억 5천을 받고 집과 채무를 넘긴다. 그러면 그 사람은 갭 투자로 인해 1억 5천 - 1억 = 5천만원의 차익을 남기게 된다.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갭 투자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투기 방식이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했을 경우이다. 4억 전세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값이 5억에서 4억 5천으로 하락했다면 갭은 5천만원이 된다. 이 상태에서 매매거래를 한다면 갭 투자자는 5천만원을 손해를 보게 된다.

갭 투자에 대한 상식적인 의문점들

보통 유튜브 등에서 갭투자를 추천하는 사람들의 설명을 들으면 마치 갭만 가지고 집을 사는 것으로 끝나는 듯 말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갭투자는 집을 취득함과 동시에 전세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책임까지도 같이 취득하는 거래이다. 즉, 금융 관점에서 본다면 5억짜리 집을 매입하는 데에 대출을 4억을 준 것과 마찬가지다.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는다고 주택담보대출도 50%선으로 막은 현 시점에 이러한 갭 투자 거래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갭 투자를 한 사람이야 본인이 선택한 투기거래이니 위험부담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미 전세 세입자로 들어온 사람은 갭 투자 거래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집주인이 갑자기 전세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바뀌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갭 투자를 가능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비정상적인 관행은 전세 세입자가 다음 전세 세입자가 들어와야 전세금을 돌려받는게 당연시되는 관행이다. 전세 계약이 2월 28일에 끝난다면 집주인(갭투자자)는 당연히 전세급 4억을 그 때에 맞춰서 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보통 그렇지가 못하다. 전세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도 집주인(갭투자자)은 다음 전세 세입자가 들어와야 줄 수 있다고 버틴다. 이는 물론 계약 위반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건 오히려 전세 세입자가 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전세 세입자는 그 전세금을 돌려받아 다음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집주인을 고소해봐야 판결이 날 때까지는 한 세월이 걸리고 판결이 난다 한들 집주인이 4억을 구할 능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울며 겨자먹기로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에는 '전세보증금 보험' 상품이 있다.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서 내가 보험금을 지불하고 보험에 들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한국에는 만연해있다. 물론 얼마 전 법이 바뀌어 이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전세보증보험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보험금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누어서 내야 한다. 하지만 실거래에서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한 사람인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무등록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험금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누어서 내도록 한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임대사업자가 아닌 집주인의 경우 세입자는 전세금보증보험을 드는 데에도 집주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집주인이 동의해주지 않는 경우 보험이 불가하다.

 

전세금보증보험도 하나의 안전장치가 될 수는 있지만, 보다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안전책은 거래 방식을 정상화 하는 것이다. 사실 정상적인 거래 구조라면 갭 투자 자체가 일어나기가 힘들다. 정상적인 구조에서라면 갭 금액만으로 집을 산 사람은 그 집에 사는 전세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며, 그것이 증명된 경우에만 갭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 물론 이런 조건을 붙인다면 갭 투자 시장은 차갑게 식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 보아도 갭 투자 시장은 차갑게 식어야 정상이다. 갭 투자가 가능한 상황 자체가 비정상으로 보인다.

 

갭 투자 거래 구조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말은 갭 투자가 가능한 현재 상황이 투기자들에게 엄청나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말과 같다. 새 주택을 구입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이 50% 수준밖에 나오지 않는데 누군가가 전세 살고 있는 집을 사는 데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 만큼만 있으면 되는 상황에다가, 전세가가 매매가의 80~90%에 이르는 상황이니 투기자가 보기에는 엄청난 기회인 셈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거래를 왜 허용하는지 이해가 힘들다. 어쨌든 허용이 되어 있다. 그러니 투기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당연히 갭 투자를 하게 된다.

갭 투자의 위험성 -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의 관계성

한국은 그나마 주택담보대출을 어느 정도 규제하여 2000년대 미국처럼 소득과 자산이 0이어도 은행에서 집값이 100%를 대출받아 집을 사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전문가들도 한국에서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진단하곤 한다. 하지만 갭 투자는 사실상 그런 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린다. 5억짜리 집의 전세가 4억인 경우는 1억만, 전세가 4억 5천인 경우는 5천만원만 지급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은 5억 짜리 집에 대출이 각각 4억, 4억 5천씩 나갔다는 말과도 같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도 갭 투자 거래가 엄청나게 잔존해있고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집값이 상승세여서 문제가 많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신호들은 점차 부동산 가격이 하락기간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한국 금융사들은 2008년 사태 당시 미국 금융사들처럼 모기지를 가지고 2차, 3차 증권화 또는 CDS 거래는 하지 않기에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금융사가 줄도산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2008년 당시 미국에서 나타났던 문제들과 비슷한 문제들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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